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를 그대로 밀어붙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. 총수 지정제는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고, 소수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1986년 도입됐다. 대기업 총수로 지정되면 얼굴도 모르는 먼 친인척의 사업 현황과 보유 지분까지 뒤져 신고해야 한다. 자칫 누락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. 일감 몰아주기, 상호출자 금지 등 이중 삼중의 규제망에 편입되는 것은 물론이다. 이런 재벌 정책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. 그동안 기업의 의사결정은 총수 1인 지배력보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바뀌었다.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의결권 제한, 다중대표소송 등 대주주 견제 장치도 촘촘하다. 대기업집단과 총수 지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. 우리가 제도를 본뜬 일본조차 관련 제도를 폐지한 지 이미 오래다.
윤석열 정부는 합리적인 기업집단 규율을 통한 기업 부담 완화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. 총수 지정제야말로 윤 정부가 강조하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전형적인 ‘킬러 규제’다. 외국인까지 포함하기 전에 조속히 철폐하는 게 옳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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